【에이블뉴스 이현옥 칼럼니스트】지난 5월1일 외신을 통해 한 패럴림픽 선수의 부고가 알려졌다. 영국 더 가디언(The Guardian)지가 ‘Alex Zanardi, former F1 driver and Paralympic champion, dies at 59(전직 F1 드라이버이자 패럴림픽 챔피언 알렉스 자나르디, 59세로 별세)’라는 타이틀로 패럴림픽 4관왕에 빛나는 사이클 선수의 죽음을 추모한 것이다. 알렉스 자나르디의 타계 직후 가디언 외에도 BBC, CNN 등 수많은 글로벌 언론들이 그를 '불사조(Phoenix)'에 비유하며 추모 기사를 올렸다.

BMW에서 제작한 핸드 사이클로 런던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알렉스 자나르디가 경량 사이클을 한손으로 들어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IPC
부고의 주인공인 알렉스 자나르디는 레이싱 사고로 두 다리를 잃고도 패럴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전직 F1 드라이버이다. 이탈리아 볼로냐 출신의 자나르디는 1990년대 미국 카트(CART) 시리즈를 지배하며 2년 연속 챔피언에 올랐던 인물이다.
2001년 독일 서킷 대회에서 시속 320km의 고속 충돌 사고로 7번 심정지와 온몸의 피를 75%나 잃는 위독한 상황 끝에 두 다리를 무릎 위까지 절단 했으나, 자신의 스포츠 커리어를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패럴림픽 핸드사이클 선수로 완벽히 재기하여 2012년 런던 패럴림픽과 2016년 리우 대회에서 총 4개의 금메달과 2개의 은메달을 획득하며 이탈리아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패럴림픽 영웅이 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난 2020년 그는 자선대회를 겸한 핸드사이클 대회 도중 트럭과 충돌하는 또 한 번의 대형 사고를 당해 심각한 뇌 손상을 입었고 수년간 재활 치료를 이어가던 중 숨을 거두었다.
알렉스 자나르디의 타계 소식에 전 세계의 깊은 애도가 이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를 "시련을 이겨내고 장애가 삶의 걸림돌이 아님을 증명한 전 세계의 귀감"이라며 기렸고, F1의 루이스 해밀턴은 "인간 의지의 승리를 보여준 가장 용감하고 위대한 영웅"이라며 애도를 표했다.
이탈리아의 국가적 영웅이었던 만큼 이탈리아 정부를 대표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역시 "가혹한 운명 앞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법을 가르쳐 준 위대한 챔피언"이라며 전 국민과 함께 경의를 표했으며,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등 스포츠계 전반에서도 추모의 물결이 이어졌다.

두번의 사고에도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었던 알렉스 자나르디의 생전 모습. ©IPC
두 번의 사고 끝에 인생의 마침표를 찍어 마침내 ‘마지막 레이스를 마쳤다’고 표현된 알렉스 자나르디, 그러나 그의 삶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모든 과학이 접목된 최첨단 레이싱카를 몰았던 그가 장애인 핸드사이클 선수로 전환하며 또다른 스포츠 세계가 열린 것이다.
자나르디는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후 많은 이들의 우려와 회의적인 시선을 뒤로 하고 다시 모터스포츠에 복귀하고자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BMW와 손을 잡았는데, 당시 BMW는 단순히 자신들의 기술력 과시를 뛰어넘어 위대한 레이싱 선수가 다시 트랙 위에서 즐겁게 달리는 일을 돕는 일에 진심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한 후원 관계를 넘어선 작업으로 이들의 만남은 ‘모터스포츠 기술이 어떻게 장애인 스포츠의 과학화와 인간 한계 극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모빌리티·스포츠 과학 프로젝트로 기록될만 하다.
장애인 사이클 입문에 앞서 자나르디는 2003년부터 2019년까지 모터스포츠에 복귀해 다시 활약을 펼쳤다, BMW는 그를 위해 특별 엔지니어링 부서를 운영해 다리 페달 대신 모든 제어를 손으로 할 수 있는 운전대를 개발했는데, 오른손 손가락으로는 패들을 당겨 가속하고 왼손으로는 특수 브레이크 레버를 밀어 감속하는 구조였다.
일반 드라이버들은 강력한 제동력을 위해 다리 근육의 강한 답력을 사용하지만 BMW는 자나르디가 오직 팔의 힘만으로도 시속 300km로 달리는 차를 단번에 멈출 수 있도록 가볍고 강력한 손잡이형 브레이크를 특별 설계했다. 기어 변속 역시 운전대 뒤편에 특수 버튼을 배치하여 변속 속도를 비장애인 드라이버 수준(밀리초 단위)으로 끌어올렸다. 이 기술 덕분에 자나르디는 2005년 세계 투어링카 챔피언십(WTCC)에서 비장애인들과 당당히 겨뤄 우승을 차지했다.
BMW와의 협업은 단순한 보조 기구 제작에만 그치지 않았다. ‘모터스포츠에서 0.001초를 다투기 위해 개발된 최첨단 엔지니어링 기술(공기역학, 신소재, 첨단 전자식 제어)이 장애인 스포츠 선수의 신체 조건과 결합했을 때, 비장애인의 영역을 뛰어넘는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증명한 테크놀로지 스포츠의 이정표를 세운 기록은 그 자체만으로도 눈부신 결과였다.

알렉스 자나르디는 이탈리아의 레이싱카 제조사인 달라라와의 협업을 통해 첨단공학이 접목된 장애인용 핸드사이클의 상용화에 기여했다. ©IPC
자나르디가 장애인 사이클로 종목을 전환하자, BMW는 자사의 공기역학기술과 신소재 공학을 핸드사이클 개발에 적용했다. BMW는 뮌헨에 있는 자사 디자인 공동 연구소와 F1 레이싱 카를 테스트하던 실험실에 자나르디의 핸드사이클을 입고 시켰다.
자나르디가 사이클에 탑승한 상태에서 공기 저항을 측정하여 주행 시 공기 소용돌이를 줄여주는 유선형 프레임을 완성했으며, F1 레이싱카 사고에서 운전자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핵심 뼈대 기술을 핸드사이클 프레임에 적용하고 사이클의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손으로 페달을 돌릴 때 발생하는 강한 구동력이 프레임 손실 없이 바퀴에 전달되도록 강성을 최적화 했다.
다리가 없는 자나르디의 신체 특성을 고려하여 3D 스캔 기술로 그의 하반신 형태를 완벽하게 본뜬 맞춤형 시트를 제작해 격렬한 코너링 시 원심력으로부터 상체를 단단히 고정해 주어, 오직 양팔의 펌핑 힘이 추진력으로만 집중될 수 있도록 했다. 이 과학적인 지원에 힘입어 그는 2012 런던, 2016 리우 패럴림픽을 제패했다. 실제로 그는 런던 패럴림픽 우승 직후 한손으로 BMW가 제작한 초경량 사이클을 들어올려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자나르디는 BMW와 레이싱 카 복귀 및 초창기 핸드사이클 최적화를 이룬데 이어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레이싱 카 제조사 달라라(Dallara)와도 협업해 장애인 스포츠(사이클)의 기술을 대중화 하는 과업을 이루었다.
자나르디의 꿈과 달라라의 우주항공·모터스포츠 엔지니어링 기술이 결합한 ‘Z-바이클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장애인 스포츠의 과학화가 현실에서 본격 실천된 것으로, F1과 인디카 같은 세계 최고 레이싱 카의 몸체를 설계하고 만드는 기술 기업 달라라가 자나르디와 합심한 결과 이 첨단 기술이 자나르다만의 전유물로 남지 않고, 다른 장애인 선수들도 합리적인 가격에 최고 수준의 장비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장애인 스포츠 과학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 개개인의 장애 유형과 신체 조건에 따른 최적화이다. 달라라는 하반신의 지지력이 부족한 장애인 선수의 특성을 고려하여, 선수의 몸을 안전하게 감싸고 지탱해 주는 맞춤형 탄소섬유 의자를 제작했다.
이를 통해 고속 주행이나 급격한 코너링 중에도 상체가 흔들리지 않고 선수가 사이클과 완벽한 일체가 되어 오직 팔 힘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핸들바 어디에나 편하게 누를 수 있는 무선 기어 버튼과 운동 데이터 측정기 거치대를 하나로 묶어 선수가 시선을 분산하지 않고 오직 트랙에만 집중하며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했다.
BMW와의 협업이 한사람의 능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맞춤형 기술혁신이었다면, 달라라와의 협력은 모터스포츠의 과학과 기술을 전 세계 장애인 스포츠 생태계로 확장시킨 계기가 되었다. 달라라의 기술을 통해 탄생한 핸드사이클은 현재 장애인 사이클의 수준을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린, 과학적 성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다수의 장애인선수에게 적용 가능한 최첨단 과학 기술을 통해 대량 생산 및 상용화가 가능한 핸드사이클 표준 모델 작업이 완성된 것이다.
천재 레이싱카 선수에서 사고로 죽음의 문턱을 넘어서며 일어서서 마침내 장애인 사이클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만들어 낸 알렉스 자나르디, 그는 성적과 결과 우선인 스포츠카 업체들의 조건없는 강력한 지지를 이끌어내며 스포츠 스타의 품격과 면모를 보여 주었다.
"사고로 다리를 잃었을 때, 나는 잃어버린 다리에 집착하기보다 남은 두 팔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라는 그의 생전 인터뷰가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충분히 이루고 이를 장애인스포츠와 미래의 선수들에게 다시 돌려준 불사조의 마지막 비상에 경의를 표한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