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김시내 칼럼니스트】장애인콜택시는 내 일상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강의를 가야 할 때도, 대학원 수업에 참석할 때도, 토론회에서 발표를 해야 할 때도 나는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한다. 약속된 시간은 내게 선택사항이 아니다. 강의는 시작 시간이 정해져 있고, 발표는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어렵게 잡은 병원 예약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장애인콜택시 배차가 늦어질수록 마음은 급해진다. ‘오늘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까.’ ‘발표를 놓치지는 않을까.’ ‘약속한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어쩌나하는 불안은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순간을 수없이 겪었다.

하지만 장거리 이동을 하다 보면 기사님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긴다. 그러면서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또 다른 현실을 듣게 된다.

어느 날 한 기사님은 일부 고급 아파트 단지에서는 장애인콜택시는 차단기를 바로 통과하지 못한다고 말씀하셨다. 경비실에서 신분증을 맡기거나 개인정보를 기록한 뒤에야 출입할 수 있는 곳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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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단기 앞에서 멈춘 이동권 (AI 이미지 생성). ©김시내

그러면서 이런 말씀도 덧붙이셨다. “유치원 차량이나 어린이집, 학원 차량은 그냥 들어가는 경우도 많은데, 장애인콜택시는 매번 확인을 받아야 하는 곳이 있어요.” 

물론 입주민의 안전을 위한 관리 규정은 존중되어야 한다. 아파트마다 운영 방식도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으며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콜택시는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운영되는 공공교통수단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는 일반 차량과 크게 다르지 않은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차단기 앞에서 멈춰 서는 시간은 몇 분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장면은 우리 사회가 장애인의 이동을 얼마나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장애인콜택시가 어떤 역할을 하는 공공서비스인지 사회에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공공교통수단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홍보와 인식개선도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기사님들은 또 다른 어려움도 이야기했다. 배차가 늦어지면 일부 이용객들은 차에 타자마자 기사님께 불만을 쏟아낸다고 했다.

왜 이렇게 늦게 오셨어요.” “이렇게 늦으면 어떻게 합니까.”

기사님은 그럴 때마다 솔직히 무섭다고 말씀하셨다. 배차가 늦어진 이유는 기사님 개인에게 있지 않다. 차량이 부족하고, 운전 인력이 부족하며,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용자는 가장 먼저 기사님을 만나게 되고, 결국 모든 불만은 기사님에게 향하게 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내 마음도 복잡해졌다. 나 역시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배차가 늦어 애를 태웠던 사람이다. 병원 예약 시간 때문에 초조했던 적도 있었고, 토론회가 끝나자마자 다음 예약 차량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제대로 인사도 드리지 못한 채 서둘러 행사장을 나와야 했던 적도 있었다.

이용자의 답답함은 분명 현실이다. 하지만 기사님의 두려움 역시 현실이다. 결국 이용자도, 기사님도 같은 제도의 한계 안에서 각자의 어려움을 감당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장애인 이동권을 이야기할 때 차량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그 논의는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장애인콜택시는 차량만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장애인의 하루를 함께하는 기사님들이 있고, 정해진 시간을 지키기 위해 배차를 기다리는 이용자들이 있다. 이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할 때 이동지원도 더욱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권리는 존중받아야 한다. 동시에 권리를 함께 지켜 가기 위한 책임도 필요하다. 이용자는 기사님을 존중할 책임이 있고, 기사님은 안전하게 이동을 지원할 책임이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충분한 차량과 운전 인력을 확보하고, 이용자와 기사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이동지원체계를 마련할 책임이 있다.

무엇보다 장애인콜택시가 장애인의 삶을 이어 주는 필수 공공교통수단이라는 사실을 사회에 알리는 노력도 계속되어야 한다.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을수록 서로를 향한 불만은 커진다. 그러나 그 불만이 서로를 향하는 순간 정작 바뀌어야 할 제도는 뒤로 밀려난다. 장애인과 기사님은 서로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길을 함께 가는 사람들이다.

누군가는 늦지 않기 위해 애쓰고, 누군가는 늦지 않게 도착시키기 위해 애쓴다. 이동권은 장애인만의 권리가 아니다. 그 권리를 함께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노동과 책임, 그리고 서로를 향한 존중이 함께할 때 더 단단해진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