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김경식 칼럼니스트】나는 키오스크 앞에서 세 가지 시선으로 화면을 바라본다.
중증 뇌병변장애 당사자로서는 “내 손과 몸으로 이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가”를 먼저 묻는다. 재활공학 연구자로서는 “이용 실패는 왜 발생하며, 어떤 설계로 줄일 수 있는가”를 생각한다.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는 “기술의 편익과 비용은 누구에게 배분되고, 누가 기술의 설계와 정책 결정에서 배제되는가”를 묻는다.
세 질문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키오스크가 식사·교통·의료·행정서비스의 필수 관문이 된 사회에서 장애인의 키오스크 접근권은 편의를 높이는 부수적인 문제가 아니다. 사회권을 실제로 행사하기 위한 전제이며, 오늘 하루를 살아가기 위한 생존권의 문제다.
키오스크는 편리한 기계이기 전에 통과해야 할 관문이다
중증 뇌병변장애인인 내가 키오스크 앞에 서면 가장 먼저 메뉴나 서비스 내용을 보는 것이 아니다. 휠체어가 기기 가까이 들어갈 수 있는지, 화면과 카드 투입구에 손이 닿는지, 버튼이 충분히 큰지, 제한시간이 내 손의 움직임을 기다려 주는지를 살핀다.
내 손에는 경직과 불수의운동이 있다. 버튼 하나를 누르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한 번 누르려던 화면이 두 번 입력될 수도 있다. 손가락이 원하는 위치에서 조금 벗어나는 순간 원하지 않는 메뉴가 선택되고, 이를 바로잡는 동안 화면이 처음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내가 버튼을 늦게 누른다고 해서 화면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손가락이 한 번 더 닿았다고 해서 두 번 선택한 것도 아니다. 말이 느리거나 불명확하다고 해서 선택할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키오스크는 손의 속도를 인지능력처럼 판단한다. 정해진 시간 안에 정확히 누르고, 빠르게 읽고, 즉시 말할 수 있는 사람만을 정상적인 사용자로 가정한다.
주민센터의 무인민원발급기를 이용하지 못하면 복지서비스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지 못할 수 있다. 음식점의 키오스크를 이용하지 못하면 식사를 포기해야 한다. 기차역에서 승차권을 발권하지 못하면 병원에 갈 수 없고, 병원의 접수·수납 키오스크를 이용하지 못하면 진료와 처방이 늦어진다.
비장애인에게 키오스크는 몇 분을 절약해 주는 기계일 수 있다. 그러나 나에게 키오스크는 식사와 이동, 의료와 복지서비스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디지털 관문이다.
불편과 배제는 다르다
불편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결국 같은 결과에 도달할 수 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말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서류를 발급받고, 음식을 주문하고, 기차에 타며,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면 불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키오스크를 사용할 수 없어 서비스를 포기해야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는 불편이 아니라 배제다.
음식을 주문하지 못하는 것은 식사의 불편이 아니라 기본적인 생활 필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승차권을 발권하지 못하는 것은 이동의 불편이 아니라 병원·직장·교육과 사회활동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다. 병원 접수를 하지 못하는 것은 기계 조작의 불편이 아니라 건강과 치료의 기회를 잃는 것이다.
유인창구가 충분히 유지되고 키오스크가 선택 가능한 보조수단이라면 접근성 부족은 제한된 불편으로 남을 수 있다. 그러나 유인창구가 사라지고 키오스크가 유일하거나 사실상 강제되는 통로가 되면 접근성 부족은 서비스 이용권의 박탈로 바뀐다.

키오스크 이용이 필수가 된 사회에서 장애인의 키오스크 접근권은 사회권을 실제로 행사하기 위한 전제이며, 오늘 하루를 살아가기 위한 생존권이다. (생성형 AI 활용 생성 이미지) ⓒ 김경식
사회권은 실제로 사용할 수 있을 때 권리가 된다
사회권을 시민권의 핵심 요소로 설명한 T. H. Marshall은 시민권이 자유권과 정치적 권리에만 머물지 않고 경제적 안정, 복지와 사회공동체의 생활수준에 참여할 권리까지 포함한다고 보았다. 사회권은 가난하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시민의 지위에서 나오는 권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권리가 법률과 제도에 규정되어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복지급여가 존재해도 신청절차에 접근하지 못하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의료보장이 존재해도 병원 접수단계에서 배제되면 치료받을 수 없다. 교통서비스가 운행되고 있어도 승차권을 구매하지 못하면 이동권은 실현되지 않는다.
역량접근법은 이러한 형식적 권리와 실질적 권리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Sophie Mitra는 장애가 개인의 손상만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특성, 보유한 자원, 물리적·사회적·경제적·정치적 환경의 상호작용에서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같은 자원과 서비스가 제공되더라도 장애인은 환경적 장벽 때문에 그것을 실제 삶의 기회로 전환하지 못할 수 있다.
기차가 운행된다는 사실은 자원이다. 그러나 승차권 키오스크를 이용하지 못해 기차에 탈 수 없다면 이동할 수 있는 실질적 역량은 보장되지 않는다. 병원에 의료진과 치료기기가 있다는 사실도 자원이다. 하지만 접수단계에서 배제된다면 치료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는 사라진다.
이 관점에서 키오스크 접근성은 단순한 제품 사용성의 문제가 아니다. 법률과 제도가 보장한 자원과 서비스를 장애인이 실제 삶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권의 조건이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9조가 정보통신기술을 포함한 접근성을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완전한 사회참여의 전제조건으로 규정하고, 제28조가 적절한 생활수준과 사회보장에 대한 권리를 명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키오스크는 디지털 복지국가의 전달체계다
사회복지에서 급여의 내용만큼 중요한 것이 전달체계다. 누가 어떤 절차를 거쳐 서비스에 도달할 수 있는지가 권리의 실질적인 범위를 결정한다. 행정·의료·교통·금융서비스가 디지털화되면서 키오스크는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일부가 됐다.
Schou와 Pors는 덴마크 시민서비스센터에 대한 질적 연구에서 복지행정의 ‘디지털 우선’ 전환이 기존 사회계층의 불평등을 재생산할 뿐 아니라 새로운 디지털 배제까지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공공서비스가 셀프서비스를 전제로 하면 이미 불리한 위치에 있는 시민에게 새로운 능력과 책임이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유엔 극빈과 인권 특별보고관의 「디지털 복지국가와 인권」 보고서도 복지서비스의 디지털화가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인권과 책임성을 중심에 두지 않으면 취약한 사람을 복지제도에서 배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접근할 수 없는 키오스크는 단순히 불편한 전자제품이 아니다. 사회권으로 들어가는 문을 막는 디지털 장벽이다. 권리는 법률에 존재하지만 그 권리에 도달하는 전달체계가 잠겨 있는 셈이다.
디지털 복지국가는 장애인에게 더 많은 증명과 도움 요청, 기다림과 포기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디지털화가 권리를 더 쉽게 이용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의 새로운 자격조건이 된다면, 그것은 복지의 발전이 아니라 사회권 전달체계의 후퇴다.
기술불평등은 기기 보유의 차이만이 아니다
디지털격차 연구는 기기와 인터넷 보유 여부를 중심으로 한 ‘1차 격차’에서 출발했다. 이후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과 이용 방식의 차이인 ‘2차 격차’, 기술 이용이 건강·소득·교육·사회참여와 같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정도의 차이인 ‘3차 격차’로 연구범위가 확장됐다.
Van Deursen과 Helsper는 기술에 접속하고 사용하더라도 그 이용을 현실의 이익으로 전환하는 조건이 다르면 불평등은 계속된다고 설명한다. 온라인 활동의 양보다 그 활동을 통해 누가 더 많은 실질적 편익을 얻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2025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서 장애인의 종합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을 100으로 할 때 84.1%였다. 접근 수준은 98.1%였지만 역량 수준은 77.0%, 활용 수준은 84.3%였다.
장애인의 접근 수준이 98.1%라는 수치만 보면 디지털격차가 거의 해소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접근은 주로 컴퓨터·스마트폰 보유와 인터넷 접속 환경을 뜻한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과 주민센터·병원·기차역의 키오스크를 독립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다르다.
Dobransky와 Hargittai의 장애 디지털격차 연구도 장애인의 낮은 기술 이용이 장애 자체만의 결과가 아니라 소득, 교육, 보조기술 비용과 접근 불가능한 설계가 결합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기술은 장애인의 독립과 참여를 확대할 수 있지만,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기존의 불평등을 강화할 수 있다.
장애인의 키오스크 이용에서도 3차 격차가 나타난다. 비장애인은 키오스크를 사용해 시간을 절약하고 원하는 서비스를 얻는다. 장애인은 같은 기기를 마주하지만 더 오래 기다리고, 타인의 도움을 요청하며, 개인정보를 노출하거나 서비스 자체를 포기한다.
같은 기기를 마주했다는 사실은 형식적 평등일 뿐이다. 기술을 통해 얻은 결과가 다르다면 실질적으로는 불평등하다.
기술의 편익과 비용은 다르게 배분된다
키오스크는 사업자에게 인건비 절감과 업무 효율을 제공한다. 비장애 이용자에게는 빠른 주문과 결제, 24시간 이용이라는 편익을 준다. 그러나 중증장애인에게 같은 기술은 더 긴 대기시간, 반복된 실패, 도움 요청, 개인정보 노출과 서비스 포기의 위험을 발생시킨다.
비장애인은 키오스크로 시간을 절약하지만 장애인은 같은 기계 앞에서 더 많은 시간을 지불한다. 사업자는 인건비를 절감하지만 장애인은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추가 노동을 부담한다. 비장애인은 혼자 결제하지만 장애인은 자신의 주문이나 개인정보를 타인에게 설명해야 한다.
기술의 이익은 사업자와 표준 사용자에게 집중되고 기술이 만든 시간·비용·위험은 장애인에게 집중된다. 이것이 장애인의 기술불평등이다.
Park 등의 연구도 키오스크가 서비스 속도와 비용절감이라는 장점을 제공하지만 그 편익이 주로 일반 이용자에게 돌아가고, 장애인은 상당한 이용 장벽을 경험한다고 지적한다. 연구진은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고객이 서비스 생산과정의 일부를 직접 수행함으로써 사업자의 비용과 생산성에 기여한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장애인이 접근할 수 없는 키오스크는 비용 절감의 부담을 특정 집단에 전가하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사업자의 효율성이 장애인의 시간과 권리 상실을 대가로 얻어져서는 안 된다.
기술적 배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 글에서 기술불평등이 기술의 편익·비용·위험과 권한이 불균등하게 배분되는 상태를 뜻한다면, 기술적 배제는 그러한 불평등이 구체적인 설계와 운영을 통해 현실화되는 과정을 뜻한다.
기술적 배제는 여러 단계에서 발생한다.
설계단계에서는 평균적인 키와 손의 움직임, 빠른 반응속도와 명료한 발음을 표준으로 삼는다. 설치단계에서는 휠체어 진입공간을 확보하지 않거나 카드 투입구를 손이 닿지 않는 위치에 둔다. 운영단계에서는 유일한 배리어프리 기기가 고장 나도 즉시 수리하지 않는다. 서비스단계에서는 기기를 사용하지 못한 장애인에게 직원을 호출하라고 한다. 권리구제 단계에서는 서비스를 거부당한 장애인에게 증거를 모아 피해를 입증하도록 요구한다.
장애인은 기술에서 한 번 배제되고, 그 배제를 설명하고 입증하는 과정에서 다시 부담을 진다.
Mankoff, Hayes와 Kasnitz는 장애학의 관점이 보조공학과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연구에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기술을 설계한 사람이 특정 소프트웨어와 관련해 누가 장애인이 되는지를 사실상 규정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장애는 사람의 몸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몸을 정상적 사용자로 전제했는가에 따라 기술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