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김경식 칼럼니스트】접근성은 편의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이미 법에 적혀 있는 권리가 장애인의 삶에서 실제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조건이다. 학교에 갈 수 있어야 교육권을 행사할 수 있고, 배움에 접근할 수 있어야 직업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일터와 노동 과정이 접근 가능해야 소득과 사회보험을 획득할 기회가 생기며, 의료·주거·돌봄과 소득보장이 함께 작동해야 인간다운 생활이 지속된다. 이때 접근성은 여러 권리 가운데 하나에 머물지 않는다. 권리와 권리를 이어 주는 매개적 권리, 생애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하는 전환의 권리, 사회권을 선언에서 현실로 바꾸는 권리 인프라가 된다.

나는 중증 뇌병변장애 당사자이며, 장애인재활공학을 연구해 왔고, 현재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면서 에이블뉴스에 칼럼을 쓰고 있다. 이 네 위치는 서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

당사자의 삶은 접근성의 결핍이 한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고, 재활공학은 장벽을 구체적으로 측정하고 줄이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사회복지는 기술이 누구에게, 어떤 제도를 통해, 얼마나 공정하게 배분되는지를 묻게 했으며, 칼럼은 경험과 연구와 정책 사이의 언어를 잇는 공간이 되었다. 나의 접근성 연구는 바로 이 교차점에서 발전해 왔다.

접근성의 개념은 어떻게 확장되어 왔는가

접근성은 흔히 경사로, 승강기, 장애인 화장실 같은 시설의 문제로 이해된다. 그러나 장애인권리협약9조는 접근 대상을 물리적 환경과 교통뿐 아니라 정보·의사소통, 정보통신기술과 시스템, 대중에게 개방되거나 제공되는 시설과 서비스로 넓힌다. 장애인권리위원회 일반논평 제2호는 접근성을 장애인이 자립적으로 생활하고 사회에 완전하고 동등하게 참여하기 위한 선행조건으로 본다. 따라서 접근성의 역사는 단순한 기술의 발달사가 아니라, 권리의 적용 범위가 넓어진 과정으로 읽어야 한다.

첫 단계는 건물과 시설의 접근성이다. 출입구의 단차, 문의 폭, 경사로의 기울기, 승강기와 화장실의 설치처럼 신체가 공간에 진입할 수 있는지가 중심이었다. 이 단계는 지금도 완결되지 않았다. 신규 건축물에 기준을 적용하는 것만으로는 오래된 학교, 병원, 상점, 주택과 지역사회의 장벽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는 이동과 생활공간의 접근성이다. 접근 가능한 건물이 있어도 집에서 그곳까지 갈 수 없다면 권리는 작동하지 않는다. 저상버스 한 대의 존재가 아니라 보도·정류장·차량·환승·예약·안내·목적지 출입구가 끊김 없이 연결되어야 한다. 이동권은 교육권, 노동권, 의료권, 문화권과 정치참여권을 동시에 여는 수평적 매개 권리다.

셋째는 정보와 의사소통의 접근성이다. 점자, 수어, 자막, 음성해설, 쉬운 정보, 보완대체의사소통은 정보를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의사를 표현하고 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한다. 정보가 있어도 이해하거나 응답할 수 없다면 자기결정권은 형식에 머문다.

넷째는 인터넷··모바일 접근성이다. 교육, 구직, 금융, 행정, 의료 예약과 복지 신청이 온라인으로 이전되면서 웹페이지, 전자문서, 인증 절차와 모바일 앱의 접근성이 사회참여의 기본 조건이 되었다. 이 단계에서 접근성은 보조공학과 콘텐츠, 운영 절차, 개발 표준을 함께 다루어야 한다.

다섯째는 디지털 생태계와 인공지능 접근성이다. 키오스크를 조작할 수 있는지만이 아니라, 장애인의 데이터가 학습데이터에 적절히 포함되는지, 음성·동작·표정 인식이 다양한 몸과 의사소통 방식을 오인하지 않는지, 자동화된 채용·대출·복지 판정에서 장애인이 불리하게 분류되지 않는지까지 물어야 한다. 이제 접근성은 화면을 읽을 수 있는가를 넘어 알고리즘이 나를 시민으로 인식하는가의 문제가 되었다.

이 다섯 단계는 앞 단계가 끝나고 다음 단계로 교체되는 직선적 발전이 아니다. 건물의 단차와 버스의 승차 장벽이 남아 있는 동안에도 교육은 온라인화되고 복지 신청에는 키오스크와 인공지능이 들어온다. 장애인은 아날로그 장벽과 디지털 장벽을 동시에 경험한다. 그러므로 접근성 정책은 단계별 사업의 나열이 아니라, 물리적 환경에서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이르는 전 층위를 함께 다루는 누적적 체계여야 한다.

보조기기에서 권리의 연결망으로: 나의 연구가 확장된 과정

나의 연구 초기 관심은 중증 뇌병변 장애당사자로서 장애인용 보조기기와 컴퓨터 접근 보조기기, 그리고 재활과 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한 이른바 복지형 IT기술에 가까웠다. 어떤 입력장치와 인터페이스가 장애인의 기능적 제약을 줄일 수 있는지, 장애인과 고령자의 IT 접근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가 중요한 질문이었다. 2010년대 중반에는 모교에서 연구하며 관련 논문과 학술 활동, 보조기기 교육에도 참여했다. 이 시기의 경험은 기술이 자립생활과 참여를 확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게 했다.

그러나 연구가 축적될수록 좋은 보조기기 한 가지만으로는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분명해졌다. 기기를 사용할 수 있어도 집 밖으로 이동할 수 없으면 교육과 노동에 참여하기 어렵다. 온라인 강의가 있어도 학습자료와 평가 방식이 접근 불가능하면 교육권은 중단된다. 직무 수행 기술이 있어도 채용 플랫폼, 출퇴근, 작업장과 조직문화가 배제적이면 노동권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기기의 성능은 사용자 개인의 기능을 보완할 수 있지만, 제도의 자격 기준과 서비스 전달체계, 비용 부담과 차별적 관행까지 자동으로 바꾸지는 못한다.

이 지점에서 나의 연구 질문은 장애인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가에서 기술과 제도가 장애인의 권리를 서로 연결하도록 설계되어 있는가로 이동했다. 재활공학이 사람과 기술의 적합성을 다룬다면, 사회복지는 사람과 제도, 자원과 권리의 적합성을 다룬다. 현재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과정은 재활공학을 떠나는 일이 아니라 그 외연을 넓히는 일이다. 보조기기의 지급 기준, 활동지원의 시간, 이동서비스의 배차, 교육지원의 지속성, 노동시장의 차별, 소득보장의 충분성은 모두 접근성의 실제 효과를 결정하는 사회적 변수이기 때문이다.

에이블뉴스에서 이동권, 사회복지서비스 접근성, 생애의 구조적 차별, 데이터 포용과 인공지능 접근성을 계속 다루어 온 것도 같은 이유다. 당사자의 경험은 장벽이 어디에서 발생하는지를 드러내고, 공학은 그 장벽을 측정하고 대안을 설계하게 하며, 사회복지는 그 대안이 권리와 제도로 지속되게 한다. 이 세 관점을 결합할 때 접근성 연구는 특정 기기의 사용성 평가를 넘어 권리가 실제 삶으로 전환되는 조건의 연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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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권은 사회권에 도달하기 위한 통로이자, 사회권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이며, 한 생애의 불평등이 다음 단계로 이전되는 것을 막는 권리 인프라다. (생성형 AI 활용 생성 이미지) ⓒ 김경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