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올림픽 사격 3관왕 권진호의 감동 스토리”라고 하는데 며칠 전 한 지인이 카톡으로 보내 준 사연이다. 아래 내용은 필자가 발췌해서 요약한 이야기다.

“저는 올림픽 사격 3관왕의 권진호 선수입니다. 제가 이런 큰 자리에 설 수 있었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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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카톡에서 캡처. ⓒ네이버

우리 엄마의 눈은 한쪽뿐이다. 아버지는 제가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 뺑소니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저를 낳고 나물 장사를 하셨다. 제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 어머니가 입학식에 오셨다. 그러나 한쪽 눈 없는 장애인이 제 어머니라는 걸, 저는 너무 창피해 얼굴을 옷 속에 파묻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저를 알아보신 듯, 저에게 오셔서 “진호야!”하며 저의 이름을 크게 부르셨다. 저는 너무 창피해서 도망가고 말았다.

PC방에서 늦게까지 게임을 하고 집에 들어갔는데 어머니는 나물을 다듬고 계셨다. “그래 우리 아들 왔어? 벌써 중학생이네, 우리 멋쟁이 아들!” 저는 순간 욕이 나왔다. “생 중학생? 놀고 있네. 나 엄마 때문에 왕따 되게 생겼어! 왜 오고 난리야, 쪽팔리게~ 다음부터는 오지 마 알았어?”

왜 그랬을까? 진짜 왜 그랬을까? 내가 정말 미워졌다. 그러나 어머니께 한 말이 정말 미안해 잠이 안 왔다. 나는 자는척 했고 엄마가 다가오시더니 저의 볼을 만지면서 울고 계셨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친구들에게 엄마가 아니라고 했다. “우리 엄마랑 엄청 친해서 우리 집에서 사는데 아주 쪽팔려서 말이지, 내가 지 아들인지 아나 봐, 유산해서 미쳤다지? 아 진짜~”

나는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사격 반에 들어갔다. 제 시력은 2.0, 2.0이었다. 시력이 좋아서였을까? 나의 사격 솜씨는 ‘일취월장’이었다. 나는 엄청난 사격 솜씨에 올림픽 메달리스트까지 오르게 되었다. 그러나 이상하게 한쪽 눈이 안 보였다. 나는 절망했다. 모든 걸 잃은 것 같았다. 그때 그러나 뜻밖의 소식이 들렸다.

어떤 사람이 ‘안구 이식’을 해준다는 게 아닌가? 그리고 예금 통장에는 돈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조금은 이상했지만, 나는 이식 수술을 받았고 정말 행복했다.

오랜만에 어머니를 뵈러 갔다. 도시락과 편지가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거지? 안 돼! 그건 안 되잖아, 엄마 왜 그랬어!”

권진호 이야기로 검색. ⓒ네이버
권진호 이야기로 검색. ⓒ네이버

“사랑하는 아들아!

이 편지를 읽게 되면 초등학교 때 싸주던 도시락을 먹고 있겠지? 오늘은 계란도 입혔다. 정말 맛있을 거야! 내 아들~ 엄마의 한쪽 눈 보기에 괜찮니? 이상하지 않아?”

아래는 엄마의 편지에서 필자가 발췌 요약했다.

엄마는 네가 합숙소에 들어가고 나서 머리가 많이 아파 병원에서 진찰했더니 뇌종양이라고 하더라. 엄마는 절망했었다. 다시는 우리 아들 못 보고 죽을 거 같아서, 그래서 남은 한쪽 눈마저 너한테 기부하기로 했다. 그동안 나물을 팔아 모아둔 돈 전부 네 통장으로 모두 보냈다.

이제 엄마가 여태껏 숨겨둔 사실을 말해도 되겠지?

네가 태어났을 때 넌 한쪽 눈이 없었단다. 그래서 엄마의 한쪽 눈을 너에게 주었다. 엄마는 주저하지 않고 너에게 눈을 주었단다. 우리 아들 중학교 입학 하던 날. 우리 아들이 얼마나 커 보이던지. 더 가까이 가서 보고 싶었지만, 네가 그만 도망갔었지. 엄마는 서운했지만 정말 미안했단다. 이런 애꾸눈 엄마가 돼서 말이야.

그리고 고등학교 때, 집을 나간다고 해서 얼마나 무서웠는지 아니? 결국 나갔지만, 정말 네가 보고 싶어서 날마다 네 사진을 보면서 울었다. 그러던 어느 날 머리가 아프더구나. 뇌종양 말기란 걸 알고 나서 너에게 마지막 남은 눈을 준거란다.

아들아 울지 말아라. 우리는 언제나 같은 곳을 보며 같은 생각을 할 테니, 우리 아들하고 같이 있으려니까 따뜻하구나! 도시락 맛있게 먹고 힘차게 사는 거다! 우리 아들!

-아들을 너무 사랑하는 엄마가-

나는 이런 것도 모르고 엄마를 창피해했던 못난 자식이었다. 엄마가 눈을 이식해 준 덕에 열심히 연습해서 올림픽에서 사격으로 3관왕이 되었다. “엄마~! 아들 목에 걸려있는 이 반짝이는 금메달 보여요? 엄마와 아들의 꿈이 실현됐어요.” 권진호 이야기는 엄마에게 금메달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다.

인어아가씨에서 시각장애인 엄마 정영숙과 딸 장서희. ⓒMBC
인어아가씨에서 시각장애인 엄마 정영숙과 딸 장서희. ⓒMBC

필자가 이 글을 보면서 처음 든 생각은 “올림픽 사격 3관왕에 권진호라는 사람이 있었던가?” 그리고 글을 끝까지 읽으면서 엄마가 뇌종양에 걸려서 한쪽 눈을 아들 진호에게 이식한 거라면 괜찮을 수도 있다 싶었다. 그런데 엄마가 한쪽 눈인 게 아들 진호가 태어나면서부터 한쪽 눈이 없어서 엄마의 한쪽 눈을 이식했다는 것이 아닌가?

아아, 이건 누군가가 쓴 소설이구나.

왜냐하면 살아있는 사람의 안구는 이식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살아있는 사람의 안구를 인식해 주는 의사는 없겠지만, 그래도 필자가 잘 모르는 사격 3관왕이 있었을까?

“올림픽 사격 3관왕 권진호 이야기”로 찾아보니 같은 글이 엄청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글에 감동을 받아서 여기저기 퍼 나른 모양이다. 심지어는 어느 언론에서 기자가 쓴 글도 있고 데스크에서 쓴 글도 있었다.

그러나 올림픽 사격 3관왕 권진호라는 선수는 없었다. 그런데 살아있는 사람의 안구 이식이 문제가 아니라 진짜 권진호 선수가 있나 싶어서 찾아보는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다. 어떤 사람이 한국사격연맹에도 질의를 한 모양이다.

“대한사격연맹입니다. 올림픽 사격 종목 3관왕 권진호라는 선수는 존재하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참고로 진짜 올림픽 사격 3관왕이 있다. 진종오 선수는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에서 남자 50m 권총으로 금메달을 받았다. 이어서 2012년 런던 하계 올림픽에서 금메달 그리고 2016년 리우 올림픽 남자 50m 권총에서도 금메달을 받았고 현재(2024년)는 제22대 국회의원(국민의힘)이다.

이 글을 처음 쓴 사람은 사람들의 감동에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올림픽 사격 3관왕에 권진호라는 선수도 없을뿐더러 살아있는 사람의 안구는 이식할 수 없다.

올림픽 사격 3관왕 권진호 이야기는 감동이지만 허구입니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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